두산 베어스 포토카드를 활용한 야구장 음식 인증 사진. 두산 팬 안은솔씨 제공 야구장 가는 길을 모르면 유니폼 입은 사람을 따라가라는 말이 있지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은 예외다. 야구장이 아니라 근처 맛집으로 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먹산'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두산 팬들을 일컫는 별칭이다.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9월 2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당시 구장 내 음식이 잇따라 매진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 야구장의 식음료 매장을 완판시키는 팬들로 알려졌다. '야구장에서 음식을 먹고 싶다면 두산전을 피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먹성 좋은 두산 팬들이 지난 14~16일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3연전이 열린 광주를 웃게 했다. 15일과 16일에는 각각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두산의 연고지는 서울. 광주까지 당일치기로 오기에는 부담이 큰 거리인 만큼, 경기를 보기 위해 광주를 찾은 팬 상당수가 숙박과 식사, 관광을 함께 즐겼다.
광주의 한 카페 업주는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휴에 야구 경기까지 있어 생크림을 최대한 확보해 정말 많은 양의 케이크와 산도를 만들었는데 평소보다 일찍 동났다"고 전했다. 이어 "이유를 분석해보니 두산 베어스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두산 팬의 모습. 연합뉴스
해당 카페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광주를 대표하는 창억떡집을 비롯해 유명 맛집의 제품들도 잇따라 매진됐다. SNS에는 '창억떡이 매진되기도 하는 거였냐', '창억떡이 매진되는 건 20년 만에 처음 본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야구를 보기 위해 광주를 찾은 두산 팬들이 경기 전후로 지역 곳곳을 누비며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소비한 결과다.
카페 업주는 "두산 팬들이 숙박도 하고 택시나 버스, 지하철도 타고 맛집과 카페를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고 간다"며 "광주 지역경제에 정말 큰 이바지를 하고 가시는 것"이라고 두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도 남달랐다. 해당 카페는 다음 두산의 광주 원정 때 두산 팬들을 대상으로 1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두산 팬들의 소비가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과 팬 사이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폭염 대비 이벤트로 아이스크림 할인 행사를 진행한 두산. 두산 SNS 두산 구단도 '먹산'의 명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폭염 대비 이벤트로 아이스크림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폭염 대비책이 '아이스크림 할인'인 구단답게, 아이스크림 역시 빠르게 품절됐다.
그렇다면 많이 먹는 사람들이 유독 두산 팬인 걸까, 두산 팬이 되면 자연스럽게 많이 먹게 되는 걸까. 두산 팬들은 후자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두산 팬 이예림 씨는 "평소에는 많이 먹지 않는데 야구장에만 가면 더 잘 먹게 되는 것 같다"며 "먹산이라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이유 모를 책임감도 느낀다"고 웃었다.
안은솔 씨도 "사장님들이 두산전은 (음식을) 평소보다 두 배로 준비한다고 말하면 괜히 뿌듯하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먹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야구장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 두산 팬 안은솔 씨 제공 이어 그는 "구장마다, 지역마다 유명한 음식이 다르니까 '도장 깨기'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팬끼리 맛집을 공유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먹산'은 프로야구 원정경기가 경기장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기를 보기 위해 다른 지역을 찾은 팬들이 숙박하고, 이동하고, 먹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의 소비자가 된다.
원정 팬은 더 이상 '남'이 아니다. 경기를 따라 움직이는 팬들의 발걸음이 경기장 밖 지역경제까지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