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왼쪽부터), 최민식, 유해진 / 사진=일간스포츠 DB
여름 성수기 한 템포 쉬어갔던 한국 영화들이 가을 극장가에 승부수를 던진다. ‘비광’을 필두로 ‘인턴’, ‘암살자(들)’, ‘타짜: 벨제붑의 노래’, ‘부활남’ 등이 줄줄이 9월 개봉을 확정 지으며, 관객과의 만남을 예고했다. 특히 충무로를 대표하는 흥행 배우이자 ‘천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류승룡, 최민식, 유해진이 잇달아 출격하면서 외화에 내줬던 극장가 주도권을 되찾을 전망이다.
‘비광’ 스틸 / 사진=플레이그램 제공◇류승룡의 뜨거운 부성애 ‘비광’
포문을 여는 건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극한직업’ 등 네 편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킨 류승룡이다. 류승룡의 신작은 오는 9월 2일 개봉하는 ‘비광’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난 딸로 파경을 맞은 톱스타 부부가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파란을 그린다.
류승룡은 딸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맞서는 전직 야구선수 황중구를 연기한다. 20대부터 40대까지 황중구의 인생을 폭넓게 그려낸 류승룡은 세월의 흐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체중 조절은 물론 투수와 타자 훈련, 문신 분장까지 감행했다. 또한 거친 카리스마부터 절절한 부성애까지 다층적인 감정을 밀도 높게 그려내며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지원 감독은 류승룡을 “맹수 같은 눈빛과 에너지를 지녔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보다 유약해지는 반전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정의하며 “중구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고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인턴’ 스틸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최민식의 따뜻한 인간미 ‘인턴’
‘명량’과 ‘파묘’로 쌍천만 배우에 등극한 최민식은 ‘인턴’으로 관객을 만난다. 내달 16일 극장에 걸리는 ‘인턴’은 동명의 미국 영화가 원작으로, 론칭 3년 만에 패션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CEO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이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오피스 라이프를 담는다.
최민식은 인생 2회차 출근에 나선 37년 차 베테랑 인턴 기호 역을 맡았다. 원작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캐릭터로, 최민식은 특유의 푸근함과 따뜻한 인간미를 녹여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김도영 감독은 “최민식은 완성형 천재”라며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그저 놀랍고 신기했다”고 평했다.
‘파묘’ 김고은을 잇는, 한소희와 선보일 ‘세대 초월’ 케미스트리는 ‘인턴’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특히 한소희는 최민식을 “따뜻하고 인자하고 귀엽기까지 한 선배”로 칭하며 두 사람이 만들어낼 특별한 호흡에 기대감을 키웠다.
‘암살자(들)’ 스틸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유해진의 쉼 없는 질주, ‘암살자(들)’
올 초 ‘왕과 사는 남자’로 1691만명을 만나며 ‘오천만’ 배우에 이름을 올린 유해진은 ‘암살자(들)’로 ‘육천만’ 배우에 도전한다. 추석 연휴을 겨냥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으로 역사적 사건의 공백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팩션극이다.
유해진은 영부인 저격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중부서 경감 철구로 극을 이끈다. 사건의 단서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한 뒤 누구보다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냉철한 형사로, 수사 과정의 긴장감을 견인하는 동시에,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영화 ‘이끼’ 이후 16년 만에 유해진과 재회한 박해일은 “오랜만에 유해진 선배와 작품을 하게 됐는데,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배울 점이 많았다”며 “선배의 가장 큰 매력은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리얼리티를 완전히 부여해 준다는 점이다. 조선시대면 조선, 1970년대면 1970년대의 공기를 완벽히 만들어 준다”고 치켜세웠다.
올가을에는 이들 세 작품 외에도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부활남’이 관객을 찾는다. 9월 23일 개봉하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CJ ENM의 대표 IP인 ‘타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지막 시리즈다.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던 장태영(변요한)이 절친 박태영(노재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 복수의 한판을 벌이게 되는 범죄 영화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개봉 일주일 후 관객을 만나는 ‘부활남’은 떠오르는 ‘흥행 메이커’ 구교환을 전면에 내세운 판타지물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일한 스펙인 취준생 석환(구교환)이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의문의 추격을 당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처럼 올가을 한국영화가 잇달아 개봉하는 배경에는 변화한 극장가 흥행 지형도가 자리하고 있다. 흥행이 담보되던 여름 성수기가 대작 간 과열 경쟁으로 위험 부담이 커진 데다, 비수기에도 여러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하면서 계절에 따른 흥행 공식이 흔들린 영향이 크다. 이에 배급사들은 경쟁을 분산하는 동시에 추석 연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가을로 개봉 시기를 선회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호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오디세이’ 등 대형 작품들이 일찌감치 개봉일을 선점하면서 한국영화가 경쟁을 피해 가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호프’부터 ‘오디세이’까지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9월에 한국영화가 몰린 경향이 있다. 또 최근 들어 전통적인 성·비수기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명절 역시 극장가 준성수기 중 하나로, 특히 이번 추석은 10월 개천절 연휴와 가까워 더 많은 관객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9월 개봉작이 늘어난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