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은진 / 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5.11.05/ 배우 안은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신뢰’다. 크레딧에 ‘안은진’ 석 자가 보이면 적어도 연기 걱정은 덜어도 된다는 믿음. 작품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그 신뢰를 이번에는 10년 묵은 장기 연애에 건다.
오는 12일 첫 방송되는 KBS2 새 토일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는 설렘은 닳고 익숨함과 의리만 남은 10년 차 커플의 이야기다. 사진=KBS, 유니켐 제공 제목부터 묘하다.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한 순간, 10년이란 세월은 사랑을 지켜주는 방패가 될까. 혹은 새로운 사랑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까.
그 복잡한 감정의 한가운에 안은진이 있다. 그가 맡은 이미도는 한때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영화감독이다. 그러나 연출작 투자가 빈번이 엎어지면서 어느새 커리어의 깊은 늪에 빠진다.
소속사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미도는 마음 깊은 곳에 뼛속까지 박힌 자격지심을 숨기려 일부러 날 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꽤나 까다로운 인물이다. 그런데 안은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고은, 변요한, 이상이, 임지연과 함께 이름만으로 든든한 ‘전설의 한예종 10학번’으로 꼽히는 안은진이다.
그는 자신이 연기라는 예술에 품어온 열정과 애정을, 미도가 영화를 향해 쏟는 집념에 포개 캐릭터를 완성했다. 첫 대본을 읽을 때부터 ‘미도는 앞으로 어떡하지’, ‘이런 선택을 하면 안 되는데’라며 마음을 졸였을 정도다. 그렇게 안은진은 누구보다 먼저 미도의 삶에 깊숙이 들어갔다. 사진=KBS 제공 그리고 그 옆에는 서강준이 선다. ‘연기 천재’와 ‘얼굴 천재’의 만남만으로도 일단 눈길이 간다. 두 사람이 로맨스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강준이 맡은 남궁호는 무려 10년 동안 미도 한 사람만 바라본 훈민제과 대리다. 얼핏 지고지순한 순정남 같지만 문제는 ‘10년’이란 연애 기간이다. 아무리 뜨거웠던 사랑도 10년이면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때로 무심함과 닮아간다. 여기에 미도의 커리어마저 기약 없이 흔들리면서 단단해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이 지점부터 안은진의 몫이 커진다. 익숙함과 권태, 새로운 설렘과 도피는 생각보다 가까이 붙어 있다. 잘못 풀면 흔한 변심이 되고, 제대로 건드리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현실 연애가 된다. 시청자가 미도의 흔들림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번 안은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물론 안은진에게는 꺼내 쓸 카드가 많다. 그중 하나가 상대를 가리지 않는 ‘케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대명과는 투박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를, ‘나쁜엄마’의 이도현과는 애틋한 관계를 그렸다. ‘연인’에서는 남궁민과 시대극 멜로의 정점을 찍었고, ‘키스는 괜히 해서!’에서는 장기용과 또 다른 색깔의 통통 튀는 로맨스를 선보였다. 상대도, 장르도 달랐지만 안은진은 매번 자신의 색을 고집하기보다 관계에 맞춰 온도를 바꿨다. ‘연인’ 안은진. (사진 = MBC 제공) 정점은 2023년 방영된 MBC ‘연인’이었다. 최고 시청률 12.9%를 기록한 이 작품에서 안은진은 방영 초반 일각에서 제기된 미스캐스팅 우려를 연기로 뒤집었다.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과 베스트 커플상까지 거머쥐며 ‘믿고 보는 멜로 퀸’ 수식어도 얻었다.
이번에는 전쟁도, 목숨을 건 사랑도 없다. 대신 훨씬 일상적이고 어쩌면 더 어려운 문제가 놓여있다. 제작진은 “안은진은 첫 촬영부터 이미도의 현실감과 단단함,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미묘한 감정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며 “올가을 많은 시청자가 이미도의 사랑과 성장에 함께 울고 웃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인’에서는 전쟁도 버텼다. 그런데 사랑은 때로 전쟁보다 10년의 익숙함 앞에서 더 쉽게 흔들린다. 남궁민과 절절하게 사랑했던 안은진이 이번에는 서강준과 얼마나 지독하게 현실적인 연애를 보여줄까. 안은진이 그려낼 조금은 지겹고, 그래서 더 현실적인 연애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