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배우 이진희, 허준석 (사진=SBS)
아니라고 말할 줄 알거나, 환자에게 미안할 줄 아는 의사는 ‘다크 히어로’의 등장 이전에도 있었다.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마취과 조원진(이진희)과 응급의학과 김성진(허준석)을 통해 이를 그려내며 시청자 사이 ‘의벤저스’(의사+어벤저스)라는 응원을 받고 있다.
배우 이진희와 허준석이 출연하는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는 실패도, 타협도 모르는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깨부수는 ‘수술방의 미친 계’ 계수정(김지원)의 활약을 그린 메디컬 누아르다.
프리랜서 의사인 계수정이 극중 배경인 구서대병원은 권의주의로 점철된 불합리한 조직에 사이다 일침을 놓으면서 현실 의료계에서 ‘의료인 묘사’에 대한 지적도 나왔으나, ‘닥터X’는 계수정의 편에서 묵묵히 일하는 아군인 마취과 교수 조원진과 응급의학과 교수 김성진을 통해 시선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배우 김지원, 이진희 (사진=SBS) ◇이진희, 더 이상 참지 않는 단단함
먼저 이진희가 연기하는 조원진은 계수정보다도 먼저 구서대병원에 염증을 느껴온 인물이다. 메스를 잡는 남성 교수의 목소리가 가장 큰 수술방에서 마취과 여성 교수로서 은근한 차별과 무시도 받으며 염증이 만성이 됐다. 이 가운데 정론으로 무장해 들이받는 여성 의사 계수정이 나타나며 조원진도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이진희가 표현하는 조원진은 ‘빙그레 썅’과 ‘노잼 원진’이란 수식어를 넘나들어도 근본에 단단함이 있다. 입꼬리는 웃고 목소리와 어조는 친절해도 그의 눈은 언제나 상대를 꿰뚫듯 올곧다.
연극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반응하는 리액션도 풍부하다. 6회에서 옥상에서 트라우마 근원인 헬기를 마주하고 패닉을 일으킨 환자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막는 장면에서 그의 의사로서 진심이 도드라졌다.
보통 그의 진심을 확인하기 힘든 캐릭터라 주변의 액션을 받아치며 발생하는 케미스트리도 발군이다. 김지원과 주고받는 ‘미지근’하지만 점점 깊어지는 신뢰는 특히 여성 시청층 사이 지지를 얻고 있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배우 허준석 (사진=SBS) ◇허준석, 가장 긴박한 곳에 웃음 한스푼
허준석이 맡은 김성진은 ‘닥터X’의 응급의학과라는 가장 긴장감 가득한 공간에 틔운 ‘웃음 구멍’이다.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제나 일손이 부족해 격무에 시달리는 응급실 상황과 그 영향으로 동료를 잃었다는 울분을 갖고 있기도 했다.
동료을 잃었다는 김성진의 부채감이 계수정으로 인해 해소된 뒤에는,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을 해내고 있다. 그런 김성진의 근원엔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음을 허준석은 포착한다. 격무에 시달리는 피로한 레이어 위에 웃음기를 얹는다.
환자의 트라우마 상황을 재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곰인형을 수술해 달라는 등 김성진표 ‘극F(감정형)식’ 해결법이 전개를 이끌기도 하는데, 허준석은 장면의 무게에 따라 감정의 농도를 조절해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조원진에게 표하는 끊임없는 관심과 그때마다 거절이라는 티키타카에 ‘로맨스’ 없는 드라마임에도 이를 원하는 시청자의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배역의 의미와 재미를 살려내고 있는 두 배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진희는 2004년 연극 ‘어머니’로 데뷔해 무대와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고 있다. ‘닥터X’의 활약과 더불어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에 출연한 점도 함께 조명받고 있다. ‘닥터X’를 통해서는 방송콘텐츠 가치정보 분석시스템 라코이가 조사한 ‘드라마 출연자 순위’(10월 19일~10월 25일)에서 22위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도 거뒀다.
허준석은 2009년 SBS 1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2019년 천만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제대로 존재를 알렸다. 이후 ‘스위트홈’ ‘시지프스’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는 ‘닥터X’를 통해 또다시 ‘명품 조연’으로서의 저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