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황후’ 스틸 /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20여 년 전 왕세자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배우 주지훈이 이번엔 황제가 됐다. 신작 ‘재혼 황후’로 다시 한번 만화 속 인물을 현실로 구현하며 원조 ‘만찢남’의 귀환을 알렸다.
3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재혼 황후’는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에게 마음을 빼앗긴 동대제국의 황제 소비에슈(주지훈)가 황후 나비에(신민아)에게 이혼을 통보하면서 시작되는 로맨스 판타지 서사극이다.
◆카리스마 뒤에 감춘 결핍…주지훈의 소비에슈
극중 주지훈은 소비에슈 역을 맡았다. 사냥터에서 우연히 만난 도망 노예 라스타에게 마음을 빼앗긴 인물로, 라스타를 위해 법률을 개정할 만큼 맹목적인 애정을 쏟는다. 자신의 욕망을 앞세운 선택은 결국 라스타를 새 황후로 맞이하기 위한 이혼 통보로 이어지고, 황후의 자존심과 제국의 질서를 뒤흔든다.
주지훈은 황제의 위엄과 사적인 관계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결함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소비에슈의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오만함, 나비에를 잃고서야 깨닫는 질투와 미련, 라스타를 향한 애정이 실망과 분노로 변하는 순간 등 감정의 변화를 밀도 있게 쌓아 올린 그의 연기는 비현실적인 세계관 속 소비에슈를 현실적인 인물로 설득한다.
각본을 쓴 여지나 작가는 소비에슈를 “모든 걸 가졌음에도 부족한 단 한 가지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걸 수 있는 남자”라고 정의하며 “주지훈으로 인해 캐릭터의 결이 한층 선명해졌다”고 밝혔다. 조수원 감독 역시 주지훈의 연기를 놓고 “황제의 카리스마와 질투에서 비롯되는 인간적인 면모 사이의 강약 조절을 너무나 능숙하게 소화해 냈다”고 극찬했다.
‘재혼 황후’는 주지훈과 웹툰 원작의 만남이란 점에서도 기대감을 높인다. 일찍이 ‘만찢남’으로 불려 온 주지훈은 그간 만화와 웹툰 속 인물을 실사로 구현하며 원작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왔다. 그는 만화 속 캐릭터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며, 배우로서 표현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작품의 흥행에도 기여했다.
출발점은 첫 주연작 ‘궁’이었다.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주지훈은 왕세자 이신으로 극을 이끌었다. ‘궁’은 최고 시청률 28%를 기록했고, 주지훈은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어진 스크린 데뷔작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는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주지훈은 만화 원작 작품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는 저승차사 해원맥 역으로 활약하며 ‘쌍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고,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명가게’에서는 조명가게 주인으로 분해 극의 중심을 잡았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로 ‘백강혁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표작을 경신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웹툰·만화 원작 작품이 많아졌지만, 원작의 설정이나 스토리를 현실에 옮겨 성공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배우 개인의 매력이나 연기력을 통해 원작과의 일체감을 유지하면서도 실사 작품으로서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주지훈은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외모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는 힘이 있다. 인물의 감정과 내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메소드 연기는 물론, 자신이 맡은 인물을 하나의 독립적인 캐릭터로 구축하는 표현주의적 접근에도 능하다”며 “보통 표현주의적 연기에 강점을 보이는 배우들은 연기의 깊이가 아쉬운데, 주지훈은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주지훈이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에 잘 어울리는 이유”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