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쌍끌이 흥행으로 모처럼 극장가가 활짝 웃었다.
8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은 7일 32만 4440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일 개봉한 ‘가오갤3’은 4일만에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까지 163만 956명을 동원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이날 12만 6898명이 찾아 2위에 올랐다. 누적 180만 2497명.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는 7만 814명이 찾아 3위에, 박서준 아이유 주연 영화 ‘드림’은 4만 6592명이 찾아 4위에 랭크됐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2만 6752명이 찾아 5위에 오르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는 5일 총관객수 133만 2641명, 6일 86만 7943명, 7일 64만 6114명이 찾아 3일 동안 284만여명에 달할 만큼 극장에 많은 관객이 몰렸다. 특히 어린이날인 5일 총관객수인 133만명은 지난해 5월5일 129만명보다 높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9만명보다 많은 관객수다. 2017년 어린이날 132만명과 비슷한 수치다.
이는 어린이날에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고돼 상대적으로 야외 나들이 대신 가족관객이 극장 나들이를 많이 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족 관객이 선택하기 좋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짱구는 못말려’ 흥행으로 방증된다. 또한 ‘가오갤3’가 최근 만듦새 지적을 혹독하게 받았던 여느 마블영화들과는 달리 완성도가 높아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게 크게 주효했다.
영화계에선, 모처럼 극장에 많은 관객들이 몰린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4월 텅 비다시피 했던 극장가에 관객이 가득 몰린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좋은 영화가 있으면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예고된 만큼 날씨 요인이 컸다. 무엇보다 ‘가오갤3’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영화와 ‘짱구는 못말려’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은 흥행 몰이를 한 반면 한국영화는 연휴 기간 아쉬운 성적을 낸 것도 눈에 띈다. ‘가오갤3’가 어린이날 3일 연휴 동안 126만명을 동원한 반면 이번 연휴 동안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인 ‘드림’은 2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짱구는 못말려’가 30만명을 동원한 것에도 못 미쳤다.
극장에 관객이 대거 몰리는 것과 한국영화를 관객이 찾는 건, 다른 이야기가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올빼미’ 이후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영화가 단 한편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은 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극장의 위기가 한국영화 위기인 건 맞지만, 극장이 되살아나도 한국영화는 여전히 위기란 뜻이다.
지난해 어린이날은 보복소비 여파로 당일과 그 주말까지는 관객이 몰렸지만 그 뒤 관객이 줄었다가 ‘범죄도시2’가 개봉해서야 비로서 관객이 늘었다. 이후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첫 천만영화가 됐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을 맞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할리우드 프렌차이즈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가 5월17일 개봉하고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가 5월24일 개봉한다. ‘범죄도시3’는 5월31일 개봉한다. 지난해와 비슷한 구도다. 다만 지난해는 ‘범죄도시2’ 한 주 뒤에 개봉할 계획이었던 ‘탑건:매버릭’이 6월말로 개봉을 미뤘지만, 올해는 6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포진해 있다. 한국영화는 박훈정 감독의 ‘귀공자’가 6월 개봉한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패턴은 만듦새도 좋아야 했지만 경쟁작과 최소 2주 이상 차이를 둔 작품들이 성공을 거뒀다. 극장요금 인상 이후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수가 줄어든 탓에 뚜렷한 경쟁작이 없고, 입소문이 난 한국영화만 관객이 몰렸다. 그랬기에 ‘범죄도시3’ 상황이 작년보다는 좋지 않다.
과연 어린이날 연휴에 극장에 관객은 돌아왔지만 그 기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관객이 돌아와도 한국영화에 봄날은 언제 시작될지, 이래저래 5월 극장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