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은지/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황홀함부터 연인과 나누는 달콤한 시간, 이별 뒤 남는 헛헛함까지. 가수 정은지가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한여름의 흐름 속에 담아냈다.
정은지는 11일 오후 6시 미니 5집 ‘썸머, 아이’를 발매한다. 발매에 앞서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열린 음감회에서 만난 정은지는 앨범명에 대해 “8월생인 저와 앨범이 발매되는 여름, 여기에 사랑이라는 주제를 함께 담아 ‘썸머, 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의 신보인 만큼 작업 과정에서는 스스로의 성장도 확인했다. 정은지는 “팬분들이 오랫동안 앨범을 기다려주셔서 감사했다. 제가 송라이팅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는 많은 분이 노래가 좋다고 해주셔서 ‘나도 조금 성장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느낌표와 물음표가 함께 떠오른 작업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타이틀곡 ‘파도’는 정은지를 대표하는 곡 ‘하늘바라기’의 서정적인 감성과 특유의 시원한 고음을 함께 담아낸 곡이다. 정은지는 “저를 ‘하늘바라기’로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고음을 잘하는 가수로 기대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중간 지점을 많이 고민했다. 여름 하면 청량함도 떠오르는 만큼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싶을 정도로 시원한 고음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파도’ 속 화자는 사랑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사람이 아닌 이미 감정에 깊이 빠져 정신없이 헤엄치고 있는 인물이다. 정은지는 “저에게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다. 귀찮을 때도 있고 누군가를 챙기는 일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마음을 쓰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코러스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구간이 있는데, 그 부분에 이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압축돼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 정은지/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수록곡들은 사랑의 여러 얼굴을 차례로 펼쳐 보인다. 그룹 10센치 권정열과 작업한 레게 장르의 ‘링귀니’는 사랑에 푹 빠진 연인의 달콤한 시간을 그린 곡이다. 정은지는 권정열을 두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 이 노래의 요리사 같았다”고 표현했다. 제목 역시 단순히 ‘파스타’라고 하기보다 “어떻게 지어야 사람들이 조금 더 궁금해하고 검색해주실까”를 고민하다 파스타 면의 한 종류인 ‘링귀니’를 떠올렸다.
‘바람따라’는 대표곡 ‘하늘바라기’의 정서를 이어가는 곡이다. 정은지는 “‘하늘바라기’ 같은 결의 노래를 오랜만에 다시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하늘바라기’ 속 어린아이가 시간이 흘러 성장하고, 이제는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보다 저도 많이 성숙해진 만큼 조금 더 깊어진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수 정은지/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사랑은 이별의 감정으로 옮겨간다. 17년 인연의 가수 소수빈과 작업한 발라드 ‘다시 못 만날 것 같아’는 정은지가 평소 좋아하던 ‘소수빈표 발라드’의 감성을 담았다. 정은지는 “이런 느낌의 발라드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소수빈 씨가 ‘다시 못 만날 것 같아’라는 첫 소절을 보내줬다”며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바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낭만파티’는 장마철에 어울릴 만한 노래를 고민하며 작업한 곡이다. 이별한 뒤 맨발로 빗속을 걷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고, 이미 끝난 사랑을 붙잡기보다 그 쓸쓸한 순간마저 하나의 낭만으로 받아들여보자는 역설적인 마음을 제목에 담았다. 마지막 곡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사랑이 모두 지나간 뒤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공허함을 그리며,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이별 이후까지 이어진 앨범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가수 정은지/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데뷔 16년 차 맞은 정은지에게 이번 앨범은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한 작업이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 꿈꾸던 모습 중 하나가 에이핑크 멤버들과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는 것이었는데, 지금도 그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제 음악을 직접 만들고 들려드리는 것 역시 바라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보니 이미 꿈꾸던 것들을 많이 이루고 있더라. 앨범이 나오기도 전인데 벌써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해보고 싶었던 작업들도 일사천리로 풀렸고 많은 분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나쁘지 않게 살아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