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공효진, 러블리
배우 공효진이 총을 내려놓고 ‘K장녀’로 돌아온다. 화려한 액션 대신 익숙한 일상의 표정과 감정으로 극의 현실감을 끌어올린다.
공효진의 신작은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경주기행’이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나는 네 모녀의 복수극을 그린다.
극중 공효진은 엄마 옥실(이정은)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장주를 연기했다. ‘옥패션’ 일을 도우며 동생들을 건사해온 든든한 첫째 딸로, 옥실을 빼닮아 생활력도 강하다. 일찌감치 결혼해 남편, 딸과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지만, 늘 마음속 1순위는 친정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다. 막내를 위한 복수에 동참한 이유 역시 옥실의 뜻에 따른 선택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유보나(공효진)와는 같은 듯 다른 결을 띤다. 두 인물 모두 강인한 외피 안에 불안과 고민을 감추고 있지만, 표출 방식이 상반된다. 유보나가 냉정한 판단으로 악을 처단하는 안티히어로라면, 장주는 선택의 순간마다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유보나와 달리, 장주는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결국 한 발을 내딛는 쪽에 가깝다.
이는 공효진이 가장 잘 빚어내는 인물의 유형이기도 하다. 공효진은 그간 캐릭터에 자신만의 결을 부여하면서도 현실감을 불어넣는, 이른바 생활밀착형 연기에 탁월한 면모를 보여왔다. 극적인 감정 표현도 좋지만, 말투와 표정, 행동 하나에 인물의 성격과 삶을 녹여내는 게 공효진 연기의 강점이다.
‘경주기행’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경주기행’에서도 그 힘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효진은 장주를 단순히 강인한 첫째가 아닌, 가족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까지 눌러온 사람으로 묘사한다. 누구보다 가족을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선택 앞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장녀의 얼굴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효진의 섬세한 캐릭터 접근은 대사나 행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인물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시각적인 디테일까지 직접 제안하며 장주에 현실감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백탁 현상이 일어나는 선크림과 눈썹 문신이다. 화려하게 눈에 띄는 장치가 아니라 실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생활의 흔적을 캐릭터 안에 새겨 넣음으로써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설명한다.
연출을 맡은 김미조 감독은 “내가 함께 하고 싶은 배우들을 메모장에 적어두는데, 공효진 역시 굵은 글씨로 적혀있던 분”이라며 “장주는 성숙하고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의존적이며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이다. 공효진이 특유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복합적인 K장녀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