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동료에서 이강인 동료로…로메로 “AT마드리드 역사에 이름 남기겠다”
크리스티안 로메로(28)는 불과 1년 전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이었다. 손흥민이 떠난 뒤 주장 완장을 물려받으며 팀의 새로운 리더가 됐다.
하지만 토트넘 주장으로 보낸 시간은 한 시즌으로 끝났다. 로메로는 올여름 토트넘을 떠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단순히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결과는 아니다. 토트넘에서 로메로의 입지는 여전히 확고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도 주전 센터백으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까지 뛰었다.
그런 로메로가 토트넘을 떠난 배경에는 새로운 리그에 대한 도전과 함께 구단 운영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25~26시즌 토트넘의 정식 주장으로 선임된 로메로. 사진=토트넘
로메로는 지난 시즌 토트넘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구단을 향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지난 2월 선수층 부족을 지적하면서 구단의 선수단 운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었다.
주장이 구단 운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로메로의 발언은 그만큼 당시 토트넘의 상황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팀 성적도 좋지 않았다.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정상에 올랐던 토트넘은 불과 한 시즌 만에 강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추락했다. 로메로 개인에게도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거친 플레이와 퇴장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결국 선수와 구단 모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로메로에게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잉글랜드를 떠나 스페인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다.
아르헨티나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로메로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거쳐 2021년 토트넘에 합류했다. 이제 라리가에서 뛰면서 유럽 주요 3개 리그를 모두 경험하게 됐다.
로메로는 아틀레티코 입단 후 "오래전부터 이곳에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틀레티코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내 경기 방식을 생각하면 이 클럽과 나는 완벽하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2일 선덜랜드와의 경기 중 무릎을 다치고 눈물을 흘린 토트넘 로메로. 사진=BBC SNS
로메로의 말처럼 그의 축구는 아틀레티코, 그리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축구와 접점이 많다.
로메로는 상대 공격수가 공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비수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가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고, 몸싸움과 태클을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런 적극성이 지나쳐 카드를 받는다는 약점도 있지만 강한 대인 수비와 투쟁심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토트넘에서는 이런 성향이 양날의 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로메로는 토트넘에서 뛰는 동안 중요한 경기에서 퇴장당하며 팀을 어렵게 한 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메오네 감독은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도자다.
시메오네 감독은 로메로의 입단을 두고 "리더십과 강인함, 뛰어난 기량, 권위와 헌신을 보여준다"며 "아틀레티코에 어울리는 모든 가치를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단어는 '리더십'이다.
아틀레티코가 로메로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중앙 수비수 한 명의 보강이 아니다. 수비진 전체를 이끌 선수가 필요했다.
로메로는 토트넘에서 이미 주장 경험을 쌓았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 등 큰 경기를 수없이 경험했다. 경기 중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지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아틀레티코 합류 직후 훈련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로메로가 전술 훈련에서 수비진을 이끌고 패스를 연결하면서 동료들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시메오네 감독도 로메로에게 경기장에서 리더 역할을 해달라고 직접 주문했다.
전술적으로도 로메로의 역할은 중요하다.
적극적인 전진 수비가 가능한 로메로가 후방에서 상대 공격수를 끊어주면 아틀레티코는 수비 라인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공을 빼앗은 뒤 전방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활용 가치가 크다.
이강인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아틀레티코에서 이강인은 공격 지역뿐 아니라 중원까지 내려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후방에서 로메로가 안정적으로 공을 탈취하고 전진 패스를 공급한다면 이강인을 비롯한 공격진이 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로메로 특유의 공격적인 수비를 어디까지 제어할 수 있느냐다.
로메로는 토트넘에서 뛰어난 수비력만큼이나 거친 태클과 퇴장으로도 주목받았다. 지난 시즌에도 퇴장이 반복되면서 주장으로서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메오네가 로메로의 강인함은 유지하면서 위험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아틀레티코에서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
로메로에게 아틀레티코 이적은 새로운 도전이다. 토트넘에서 밀려나 떠난 것이 아니라 주장까지 맡았던 팀을 스스로 떠나 새로운 리그를 선택했다.
아틀레티코 역시 단순히 이름값 높은 수비수를 데려온 것은 아니다. 시메오네가 원하는 강인함과 적극성, 경험과 리더십을 갖춘 선수를 수비의 중심에 세우려는 선택에 가깝다.
로메로는 "이 아름다운 클럽의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토트넘에서는 그의 공격적인 성향이 장점과 약점으로 동시에 작용했다. 아틀레티코에서는 그 성향이 시메오네의 축구 안에서 어떻게 바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