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말라가와의 라리가 1라운드서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아틀레티코 이강인. 사진=아틀레티코 SNS
이강인(25)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을 때 따라붙은 이야기 중 하나는 ‘유니폼’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유니폼을 팔 것인지, 아틀레티코가 이강인을 통해 어떤 상업적 효과를 얻을 것인지가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유니폼을 많이 파는 것이 왜 선수의 실력을 의심할 이유가 될까.
유럽의 스타가 유니폼을 많이 팔면 ‘스타 파워’로 평가받는다. 반면 아시아 선수가 높은 상업적 가치를 지니면 때때로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라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이강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20일 말라가전 승리 뒤 미소 짓는 아틀레티코 이강인. 사진=아틀레티코 SNS
이강인은 그 시선에 경기력으로 첫 번째 답을 내놨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말라가와의 2026~27시즌 라리가 개막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강인은 0-0이던 후반 12분 투입됐다. 그리고 13분 뒤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을 열었다. 아틀레티코의 시즌 첫 골이자 자신의 공식 데뷔골이었다. 아틀레티코는 알렉스 바에나의 추가골까지 더해 2-0으로 이겼다.
경기 뒤 스페인 언론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스페인 ‘마르카’는 이강인을 ‘스나이퍼’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PSG 출신인 이강인은 단순히 유니폼을 팔기 위해 유럽을 두 번 제패한 팀에서 뛰는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강인의 영입을 상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봤던 시선을 데뷔전에서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의미였다.
이 평가는 칭찬이지만 뒤집어보면 묘하다. 애초에 이강인이 ‘유니폼을 팔기 위해 영입된 선수인지 아닌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틀레티코는 이강인을 단순한 시장 확대용 선수로 대우하지 않았다. 장기 계약을 맺었고 상당한 이적료를 투자했다. 무엇보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달았던 등번호 7번을 맡겼다. 그만큼 경기장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크다는 의미다.
물론 아틀레티코가 이강인의 상업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이유도 없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인 이강인은 아시아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영입으로 유니폼이 더 팔리고 한국과 아시아에서 아틀레티코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면 구단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상업성과 경기력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가치가 아니다.
17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진행된 공식 입단식에 참석한 이강인의 모습. 사진=아틀레티코 SNS
세계적인 스타들은 원래 유니폼을 많이 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같은 슈퍼스타의 이적 때마다 유니폼 판매량과 소셜미디어 증가, 새로운 시장에서의 상업적 효과가 화제가 됐다. 그렇다고 이들이 ‘유니폼을 팔기 위해 영입된 선수’라고 평가받지는 않는다. 뛰어난 경기력에 상업적인 가치까지 갖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시아 선수에게는 오랫동안 조금 다른 시선이 존재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유럽의 빅클럽으로 이동하면 경기력 못지않게 ‘아시아 시장’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축구 실력으로 이적했는지를 확인하려는 일종의 검증 과정까지 거쳐야 했다.
손흥민도 이를 경기력으로 넘어선 대표적인 선수다. 토트넘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고 팀의 간판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그의 거대한 아시아 팬덤이 더 이상 실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근거가 아니었다. 오히려 세계적인 선수에게 따라오는 또 하나의 가치로 인정받았다.
이강인에게도 비슷한 과정이 시작됐다.
말라가전에서 돋보인 것은 골만이 아니었다. 마르카는 이강인이 5차례 경합에서 4차례 승리했다는 점을 짚으며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높은 헌신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공격 재능과 함께 수비 가담을 중요하게 여기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축구에 적응할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물론 한 경기로 모든 평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강인은 이제 아틀레티코에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선발 경쟁도 해야 하고 라리가와 유럽 무대에서 꾸준하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유니폼도 계속 팔릴 것이다.
그것은 이강인이 넘어야 할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가진 가치 가운데 하나다. 경기장에서 승리를 만들면서 경기장 밖에서 팬을 끌어들이는 선수가 현대 프로스포츠가 원하는 스타다. 중요한 것은 국적에 따라 그것을 바라보는 순서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유럽 선수가 유니폼을 많이 팔면 ‘스타’이고 아시아 선수가 많이 팔면 ‘마케팅용 선수’라는 공식은 이미 낡았다. 이강인은 아틀레티코에서 그 공식을 직접 지워나가고 있다.
첫 번째 답은 이미 나왔다. 아틀레티코의 새로운 7번은 데뷔전에서 팀의 시즌 첫 골을 넣었다. 유니폼 뒤에 적힌 이름이 ‘LEE’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유니폼을 입고 무엇을 보여주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