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는 무등산에 올랐고, 대구에서는 팔공산 갓바위를 찾았다.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향한 수원에서도 산을 탔다. 이번에는 칠보산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승리를 기원하는 김헌곤의 산행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팀의 우승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삼성은 지난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1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의 KS 우승. 그때도, 지금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 김헌곤에게는 남다른 감격이었다.
우승 후 만난 김헌곤은 “2014년에 우승하고 그때부터 계속 이 팀에 있었다. 암흑기라고 하는 시기도 겪었고, 참 길게 느껴졌다”며 “이런 시간이 오니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고생하고 시련을 겪었던 시간들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 강민호-김헌곤. 사진=삼성 제공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이번 가을은 간절했다. 김헌곤은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앞두고 무등산에 올랐다. 당시 그는 “무등산을 정복하고 왔다”며 “너무 힘들었고 몸살이 걸릴 것 같았지만 뿌듯하다. 이기면 더 기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날 6-4로 이겼다.
KS 진출이 걸린 PO 5차전을 앞두고는 팔공산 갓바위를 찾았다. 승리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산행이었다. 삼성은 6-1로 승리하며 수원으로 향했다. 김헌곤의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KS를 앞두고 수원 칠보산에도 올랐다. 이번에는 KT를 꺾고 마지막까지 웃고 싶다는 마음을 보탰다. 그리고 삼성은 KT를 꺾고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경기장에서는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부담은 형들이 가질테니, 너희들은 하고 싶은 대로 즐겨라." 큰 무대에서도 마음껏 뛰기를 바라는 선배의 마음이었다. 김헌곤은 “필드에서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 하는 게 더 조심스럽긴 했다”며 “어린 친구들이 혹시 부담을 갖지 않을까 싶었다. 내 나름대로 힘을 주고 싶었다. 동생들이 잘 받아줘서 힘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삼성 김헌곤. 삼성 제공
과거 우승할 때와는 자신의 위치도, 우승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달라졌다. 그는 “그때는 형들을 뒤에서 따라다니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1등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힘든 시간을 지나서 우승하다 보니 더 의미 있고, 더 많이 와닿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우승 시상식에서는 눈물도 흘렸다. 김헌곤은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감정이 스쳤다”고 털어놨다. 팀의 오랜 부침을 함께 겪고, 자신의 시련도 견딘 끝에 다시 선 우승 무대였다. 그는 “캠프 때부터, 또 수년 전부터 구단과 선수들, 팬들의 염원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삼성 김헌곤. 삼성 제공
그 기다림을 함께한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김헌곤은 “어느 지역을 가든 푸른 물결로 채워주셔서 늘 든든하고 자부심이 생긴다”며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잘해주고 있고, 이렇게 좋은 경험도 했으니 앞으로 더 기대해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을 오르며 승리를 빌었던 베테랑은 마침내 소원을 이뤘다. 김헌곤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우승한 날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 했다. “오늘은 다 내팽개치고 좀 쉬고 싶다.” 간절하게 걸어온 가을 끝에 찾아온, 기분 좋은 휴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