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32)가 다시 오픈핑거 글러브를 끼고 옥타곤에 오른다. 무려 3년 2개월 만이다. 최두호는 오는 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릴 UFC 파이트 나이트: 루이스 vs 스피박 대회에서 카일 넬슨(32·캐나다)과 페더급 경기를 치른다.
최두호의 UFC 마지막 경기는 지난 2019년 12월 부산 대회였다. 당시 샤를 주르댕(28·캐나다)과 경기에서 충격적인 2라운드 TKO 패배를 당했다. 송곳 같은 펀치로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는 장면을 기대했던 국내 팬들은 그가 주저앉는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최두호는 정상적으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최두호의 UFC 선수 인생은 2016년에서 멈춰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중소단체를 거쳐 2014년 UFC에 데뷔한 최두호는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3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두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3경기를 치르면서 걸린 총 경기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그의 주먹은 빠르고 매서웠다. 걸리면 상대는 어김없이 쓰러졌다. 남다른 펀치 파괴력과 스피드, 정확성까지 빛났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조차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 3경기 만에 최두호는 페더급 랭킹에 올랐다. 2016년 12월 당시 톱랭커였던 컵 스완슨(미국)과 맞붙었다.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당시 화이트 대표는 경기 이틀 전 “최두호가 이전처럼 KO승을 거둔다면 조만간 타이틀샷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난타전 끝에 판정패였다. UFC 진출 후 항상 말끔했던 최두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물러섬 없이 맞서 싸우는 최두호의 투지에 스완슨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던 캐나다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시련은 그 이후 찾아왔다. 병역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국방의 의무를 거부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최두호는 사회복무요원을 신청했다. 그런데 그가 거주했던 부산 지역의 지원자가 밀리다 보니 소집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고, 대기 기간이 3년 넘게 걸렸다. 그사이 만 28세가 넘으면서 병역법상 단기 해외여행 허가증을 받지 못했다. 해외 단체인 UFC에서 활약하는 최두호에게 치명적인 결과였다.
최두호는 스완슨 경기 이후 13개월이 지난 뒤에야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긴 공백기는 뼈아팠다. 2019년 한국 대회에도 출전했지만, 예전 기량을 보여줄 수 없었다. 이후 병역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지만 이번엔 어깨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불운이 겹치면서 기다림은 한없이 길어졌다.
20대 초반의 팔팔했던 신예는 어느덧 30대가 됐다. 앳되고 잘생긴 외모는 그대로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최두호는 벼랑 끝에 몰렸다. 나이, 공백기, 3연패. 모든 환경이 최두호에게는 악조건이다.
최두호는 이번 복귀전을 앞두고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손을 잡았다. 정찬성과 함께하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체력을 보강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경기 감각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다. 그러나 몸 상태는 어느 때보다 좋다고 장담한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특히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순정파이터’에 출연해 일반인 도전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많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도 많이 했다. 격투기에 대한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다.
최두호는 파이터로서 새 출발 한다. 그는 “앞으로 경기를 많이 치르고 싶다. 올해 3경기를 치르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UFC에서 계속 싸우려면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어쩌면 이번 경기 결과가 최두호의 운명을 가릴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최두호의 불꽃 펀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