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 전이라 사실 여기 왔던 기억도 잘 안 나요(웃음).”
‘칸의 총아’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다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앞서 ‘추격자’(미드나잇 스크리닝), ‘황해’(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비경쟁 부문)으로 칸의 부름을 받은 나 감독은 신작 ‘호프’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나 감독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오텔 바리에르 르매제스틱 칸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경쟁 부문으로 왔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17일 공식 상영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원래 자기 작품은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 법이죠. 어제도 미진한 부분이 많이 보여서 ‘이런 부분이 아쉽구나, 더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집중할 부분을 밤새 회의했죠. 지금도 서울에서는 계속 후반 작업 중이에요.”
‘호프’ 스틸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호프’는 나 감독이 ‘곡성’ 이후 무려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란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나 감독은 차기작까지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는 물음에 팬데믹 이야기를 꺼냈다.
“시나리오 쓰고 팬데믹이 왔어요. 당시 이 작품은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준비를 했죠. (10년간) 쉬지 않고 했는데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이렇게 일 많은 영화가 세상에 있나 싶어요. 물론 다음 작품은 (10년보다) 빨리 해야죠.”
제목인 ‘호프’와 배경인 DMZ(비무장지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나 감독은 “처음부터 있었든 생겼든 등장인물 모두가 바라는 바가 있다. 동시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가 희망임을 말하고 싶었다. 반면 DMZ는 별다른 의미는 없고, 일반인 출입 금지 마을 정도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항간에 떠도는 제작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호프’는 한국영화 사상 최다 규모의 돈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로, 제작비 700억원, 손익분기점(BEP) 2000만명 ‘설’까지 돌았다.
“제가 BEP를 산출해 본 적은 없어요. 근데 그 정도는 절대 아니죠. 제작비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저도 언론에서 말씀하시는 (제작비) 금액을 몇 번 봤는데, 그 숫자는 아니죠. 거기에 다다르지도 않아요.”
나홍진 감독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다른 ‘설’인 3부작 기획에 대해서는 “이 영화가 들어가기 전에 장난처럼 2부작, 3부작이 될 수도 있고, 여기서 끝날 수도 있다고는 말했다”며 “실제 파트1, 2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콘티가 너무 두꺼워서 두 권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제도 다들 속편 이야기를 하시던데 ‘호프’는 긴 서사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든 거예요. 짐작하게 하는 설정들을 압축한 거죠. 물론 추후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지만, 그게 따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 작품만으로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보는 분들이 그런 거 같지 않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는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나 감독은 ‘호프’를 ‘착한 영화’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유를 묻는 말에는 “어느 사건에도 안타고니스트가 없다. 어떻게 더 특별하고 강력하게 만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스트레스도 줄었다”며 웃었다.
“‘호프’는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누구나 의미 있는 행동을 한다는 설정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착한 영화죠. 근데 이제 이걸로 너무 고생하다 보니 안타고니스트가 그립더라고요. 이 영화가 제 인생의 안티고니스트입니다. 제 평생에 이런 놈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