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출 물품 옮기는 종목단체 관계자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반출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6.9.8
석 달 넘게 사무실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체육단체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급한 불을 껐다. 사무실에 묶여 있던 국가대표 유니폼과 경기 장비는 물론 직인과 통장, 회계자료까지 확보하면서 선수단 지원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대한체육회 산하 9개 회원종목단체 직원들은 8일 경찰의 협조를 받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반출했다. 지난 6월 5일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된 이후 95일 만의 진입이다.
이번 반출에서 최우선 순위는 11일 앞으로 다가온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준비였다.
그동안 사무실 출입이 막힌 탓에 국가대표팀 운영에 필요한 각종 물품도 건물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한산악연맹은 대표팀 유니폼과 후원 물품을 확보했고, 대한펜싱협회는 블레이드와 도복, 스타킹 등 선수들에게 지급할 장비를 꺼냈다. 다른 종목단체들도 대표팀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우선적으로 챙겼다.
물품 반출하는 종목단체 관계자들 (서울=연합뉴스) 대한체육회 산하 9개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 진입해 장비 및 행정 자료 PC 등을 반출하고 있다. 2026.9.8 [사진공동취재단]
행정 업무 정상화에 필요한 물품도 대거 반출됐다. 각 단체는 컴퓨터와 외장하드 등 업무용 전산 장비를 비롯해 직인과 인감도장, 통장, 회계자료와 각종 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서류 등을 확보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경기 운영에 사용하는 전광판도 옮겼다.
지난 3개월 동안 종목단체들이 겪은 불편은 단순히 사무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직인과 통장, 회계자료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선수·지도자 지원과 회계 처리 등 기본적인 행정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학생 선수 관련 서류 처리에도 어려움이 뒤따랐다.
국제대회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펜싱 대표팀은 사무실이 봉쇄된 기간인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과 7월 세계선수권을 치러야 했다. 협회 보관 장비를 사용할 수 없어 선수들이 소속팀이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장비를 마련했고, 협회가 별도로 칼을 수입하기도 했다.
이날 반출 작업은 경찰이 출입구와 이동 경로를 확보한 가운데 진행됐다. 직원들은 제한된 시간 동안 필요한 물품을 선별해 밖으로 옮겼고, 반출된 짐은 1t 트럭 6대에 나눠 실렸다.
앞서 체육단체들은 지난 6월 16일에도 사무실 진입을 추진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경찰과 협의를 이어왔고, 지난 4일에는 사무실 진입을 위한 협조를 공식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와 대화경찰, 형사 등 약 2000명을 투입해 시위 참가자와 체육단체 직원들의 접촉을 차단했다. 현장에서 일부 항의가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반출 작업을 마쳤다.
핸드볼경기장에는 모두 15개 종목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개표소로 사용된 경기장을 봉쇄하면서 종목단체 직원들의 출입도 제한됐다.
95일 만에 필요한 물품은 밖으로 나왔지만 사무실이 정상화된 것은 아니다. 이날 진입은 아시안게임과 행정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꺼내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다. 종목단체들은 확보한 장비와 자료를 토대로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 선수단 지원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