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가 왼쪽 담장으로 뻗어가는 순간, 마운드 위 투수는 비명을 질렀다. 피홈런. 이 한 방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투수의 무실점 행진도 멈췄다.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의 오른손 불펜 투수 이시이 다이치(29)의 이야기다.
한신은 15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위치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2026 NPB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1-4로 패배했다. 지난 9월 5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2-3으로 패한 한신은 이날 패배로 7연패 수렁에 빠지게 됐다. 현재 센트럴리그 선두인 한신(69승 57패 1무)은 같은 날 2위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패하면서 0.5경기 차 1위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 선제점을 얻었던 한신의 역전패였다. 1-1로 맞선 6회 초 마운드에 오른 이시이가 1사 1루 상황에서 주니치 4번 타자·1루수 미겔 사노에게 시속 151㎞ 패스트볼을 던져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이시이는 이시카와 타카야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후쿠모토 유마에게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하나다 아사히를 삼진으로 잡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경기 종료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시이는 "야수들이 득점한 직후였기 때문에 (주니치의 공격을) 정말 막아내고 싶었다. 죄송하다"며 "포수 사카모토 세이시로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후회 없이 던진 공이었다. 그것을 맞았기 때문에 나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이가 정규리그에서 피홈런을 허용한 것은 3년 만이었다.
무실점 신기록 행진도 끝났다. 이시이는 지난 시즌 50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히라이 료(39경기)가 보유했던 NPB 기록을 넘어섰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이시이는 라이언 프레슬리와 조쉬 헤이더가 각각 기록한 MLB 연속 경기 무실점 기록(40경기)을 넘어섰다. 올 시즌에도 2경기 연속 무실점을 추가하며 기록을 52경기까지 늘린 상태였다.
이시이는 기록 중단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2월 스프링캠프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을 때도 그는 "처음에는 낙담했지만, 곧바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그는 재활에 매달렸다. 이시이는 "그동안 야구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나를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시이는 NPB를 대표하는 오른손 불펜 투수다. 지난해 53경기에 출전해 53이닝을 소화하며 1승 무패 9세이브 36홀드 평균자책점 0.17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83을 기록했다. 시즌 내내 피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4사구도 8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