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묘한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성의 남자.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전지현의 ‘귀요미’가 괜히 된 게 아니었다.
배우 구교환은 인터뷰 시작부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몰토크 없이 이렇게 바로 시작하냐”고 농담을 던졌고, 최근 높아진 인기에 대해서는 “충무로 간판은 아니고 옆에 LED 테두리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이 연기한 서영철 캐릭터에 대해서도 “성을 빼고 부르면 절대 안 된다. ‘나는 솔로’ 영철이랑 너무 겹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는 서울 도심의 초고층 둥우리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건물이 봉쇄되고, 그 안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구교환은 극중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둥우리빌딩에 퍼뜨린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쇼박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구교환은 당시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대해 “요즘 한국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객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의 감상평을 보다 보면 ‘이렇게도 해석하는구나’ 싶다. 다양한 해석을 접하면서 여러 버전의 ‘군체’를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구교환은 자신이 연기한 서영철에 대한 반응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본 분들이 ‘서영철을 패고 싶다’는 반응을 많이 남겨주신다”며 “그만큼 캐릭터를 다채롭게 해석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영철은 빌런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말이 잘 안 통하는 인간으로 만들어냈죠. 빌런들 중에서는 가장 깔끔하게 퇴장한 인물이에요.”
사진제공=쇼박스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 전작 ‘반도’의 서대위와 차이점에 대해서는 “서영철은 확신을 가진 인물이고, 서대위는 확신이 없는 인물”이라며 “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짚었다. 이어 “서대위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불안, 공포, 나약함 때문에 미쳐버린 인물이라면 서영철은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서 미친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연상호 감독은 구교환을 두고 ‘한국 영화의 연기 패러다임을 바꾼 배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감독님이 가끔 그런 말씀을 하신다”며 웃은 뒤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접근한 적은 없다. 요즘은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감독님이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계신 것 같아요. 조금씩 본인만의 유니버스를 확장해 나가고 계시잖아요. 작품들을 보다 보면 어떤 지역의 명칭이 겹치기도 하고요. 그런 걸 볼 때마다 계속 세계관을 연결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아요."
사진제공=쇼박스 구교환은 함께 호흡을 맞춘 전지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는 베프 같은 사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전지현 선배는 저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분이다. 아이디어도 많이 주신다”고 말했다.
“어떻게 친해졌냐고 물어보시면 특별한 과정은 없었어요. 학교 입학해서 반 배정 받으면 한 번씩 둘러보잖아요. 전지현이라는 이름값은 다 떼어내고 공정하게 봤을 때 ‘저 친구는 나랑 유머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현장에서 재미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구교환은 실제로 친분이 깊었던 만큼 극중 전지현과의 관계도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한 사이일수록 주인공과 빌런의 관계가 더 잘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저희 유머 코드나 취향이 닮아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계적으로는 적으로 만났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라는 거예요.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20년 가까이 보면서 상상도 많이 했지 않겠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 근사한 분이셨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쇼박스 올해 영화 ‘만약에 우리’를 시작으로 ‘군체’, 최근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까지 쉼 없이 관객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구교환. 여기에 개봉을 앞둔 ‘폭설’, ‘왕을 찾아서’, ‘부활남’, ‘너의 나라’ 등 차기작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는 “혹시 관객분들이 지겨워하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얼마나 더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이 더 크다”며 “지금은 제가 맡은 캐릭터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만으로도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물이 어떻게 비칠지까지 고민하기 시작하면 연기가 싫어질 것 같다”며 “오히려 관객분들과 점점 더 친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관객들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저는 모든 연기가 쌍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그런 것들을 계속 연구하고, 관객분들께 새로운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재미있는 작업을 계속 좋아하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