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선수 김민재. 사진=본인 제공모터사이클 선수 김민재. 사진=본인 제공 “레이스 끝나고 헬멧을 벗으면 이제 죽을 것 같아요.”
최근 본지와 서울 중구 모처에서 만난 모터사이클 선수 김민재(18)가 웃으며 말했다. 그가 타는 바이크 무게는 약 160㎏이다. 30분 남짓한 레이스 동안 시속 200㎞ 안팎의 속도로 달리며 바람을 맞고, 몸을 낮춘 채 바이크를 제어한다. 김민재는 “하루 타면 1700~1800㎉가 빠질 수도 있다. 몸의 데미지가 좀 많이 심하다”고 했다. 보기에는 짜릿하지만, 선수에게는 몸을 갈아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
그런데도 김민재는 이 길을 택했다. 10세 무렵 오프로드 바이크를 접한 뒤 2023년 도로 레이스로 무대를 옮겼고, 유럽 진출을 목표로 아시아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 2025년 국제모터사이클연맹(FIM) 이데미츠 아시아 탤런트컵에 한국인 최초로 출전했고, 올해는 스페인 슈퍼바이크 챔피언십(ESBK) 슈퍼스톡 600까지 무대를 넓혔다.
한국 모터사이클 선수에게 유럽은 여전히 낯선 무대다. 그는 “원래 유럽이 목표였다. 아시아는 훈련용으로 생각했고, 준비가 되면 바로 유럽으로 갈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막상 유럽에 도착하니 차이는 더 선명했다. 김민재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속도보다 정확성이었다. 그는 “유럽 선수들은 완벽하다. (특히) 컨트롤 쪽에서 완벽하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 선수들과 유럽 선수들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 행동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오토바이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다”고 짚었다.
모터사이클 선수 김민재. 사진=본인 제공 그렇다고 자신을 낮추지는 않는다. 자신의 장점을 묻자 “악셀(액셀러레이터)”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유도 단순했다. 김민재는 “웬만한 애들보다는 더 강하게, 최대한 강하게 당긴다”고 말했다. 바이크의 뒷바퀴가 미끄러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더 과감하게 스로틀을 연다.
위험도 따른다. 김민재는 스페인에서 시속 245㎞로 달리다 크게 날아간 사고를 겪었다. 바이크에서 떨어지는 순간 몸은 속도를 이기지 못한다. 어깨와 팔, 다리, 허리 곳곳에 레이스의 흔적이 남았다. 그래도 다시 바이크에 오른다.
그럼에도 그는 “넘어진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안전하게 탈 수 있다”고 전했다. 넘어질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어야 지나치게 위축된 레이싱을 펼치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계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민재가 이토록 위험한 레이스를 계속하는 이유는 목표인 ‘모토GP’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모토GP는 ‘모터사이클의 포뮬러 원(F1)’으로 불린다. 그는 “(모토GP 입성 시기를) 20대 중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가장 크고, 유명한 리그에 갈 생각”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모터사이클 선수 김민재. 사진=본인 제공 종착지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봤을 때, 김민재는 “다 최초로 뚫은 선수. 다 최초로 해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헬멧을 벗으면 죽을 것 같다는 18세 김민재는 그 고통을 알고도 매일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아직 자신이 가보지 않은 곳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