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은 방망이만 뜨거운 게 아니다. 외야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구자욱은 외야에서 여러 차례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며 까다로운 타구를 잡아냈다. 지난달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9회 말 2사 2·3루 위기에서 이우성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 팀의 1점 차 승리(2-1)를 지켜냈다. 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7회 말 신민재의 까다로운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지워냈다. 8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변우혁의 타구를 잡아낸 뒤 빠른 후속 동작으로 주자의 진루까지 막았다.
후반기 들어 수비에서의 적극성이 유독 눈에 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최근 구자욱의 달라진 수비를 주목했다. 박 감독은 지난 9일 구자욱의 수비에 대한 질문에 “의외로 요즘 슬라이딩을 많이 하고 있다. 그전에는 잘 못 보던 플레이들을 많이 해주고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구자욱은 원래 좋은 순발력과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외야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온 선수다. 다만 박 감독은 2024년 포스트시즌에서 당한 무릎 부상이 이후 슬라이딩이나 수비 플레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구자욱은 2024년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무릎을 다쳤다. 이후 디아즈의 적시타 때 다리를 절뚝이며 홈을 밟았지만, 왼쪽 무릎 인대 미세손상 진단을 받아 남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KS)에 결장했다. 다음 해에도 당시 무릎 통증의 여파로 몇 경기에 결장하기도 했다.
부상 여파로 몸을 던지는 플레이에는 다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릎 상태가 한층 좋아진 올해, 치열한 선두 경쟁 속에서 구자욱은 수비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박 감독은 “그 이후 점차 좋아졌다. 안 하던 슬라이딩을 요즘에는 올 시즌 들어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수비에서도 확실하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타격에서도 구자욱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타율 0.362(387타수 140안타)로 리그 1위다. 2위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0.347)를 앞서며 데뷔 첫 타격왕을 향해 달리고 있다. 특히 후반기에만 타율 0.401(142타수 57안타)을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체력적으로 떨어지면 분명히 스피드 같은 부분도 떨어지는데, 자욱이는 경험으로 이겨내고 있다”며 “체력 관리를 하면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를 꾸준하게 만들고, 자신만의 루틴도 잘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베테랑으로 쌓은 경험이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박 감독은 “이제 경험이 필요한 시기다. 베테랑들이 그런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후배 선수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이 팀에서 또 주축 선수로 커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자욱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계속 3할 중반 정도를 쳤던 것 같은데 아직 타격왕이 없더라”며 “이제 20경기 정도 남았고 타이틀을 딸 수 있는 상황”이라고 기대했다.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타석에서는 타격왕을 향해 달리고, 외야에서는 몸까지 날린다. 그만큼 구자욱에게 올 시즌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구자욱에게는 타격왕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도 아직 없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1군 첫해였던 2015년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태며 ‘삼성 왕조의 마지막 유산’으로 불렸지만, 당시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첫 타격왕과 첫 한국시리즈 우승, 여기에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2022년엔 비FA 다년계약)까지 다가오는 시즌. 구자욱은 방망이뿐 아니라 외야에서도 몸을 날리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