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하~’ 하고 푸근하게 웃던 우리의 아버지. 배우 고(故) 최불암이 가족과 연예계 동료, 후배들의 따뜻한 배웅 속에 먼 길을 떠났다.
2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최불암의 발인식이 비공개로 엄수됐다. 쌀쌀한 아침이었지만, 영정사진 속 고인의 미소만큼은 금방이라도 꽃봉오리를 피울 듯 화사하고 따뜻했다. 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이날 발인식에는 배우 김혜수, 신현준, 정준호를 비롯해 방송인 안현모, KBS 출신 김경란 아나운서 등이 참석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특히 지난달 30일 빈소가 마련된 이후 발인일까지 나흘간 자리를 지킨 김혜수는 고인의 운구차를 바라보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후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진행된 장례미사에서는 고인과 깊은 인연을 이어온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아베 마리아’를 부르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엄숙하게 봉헌된 미사에서는 고인을 향한 추모의 말도 이어졌다. 최불암은 지난 2018년 10월 염 추기경의 주례로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당시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삶을 본받고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세례명으로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고인은 우리가 어렵게 살던 시절 위로와 희망을 준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민재 회장,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정성 가득한 우리네 밥상을 알려준 국민 아버지이자 국민배우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직 연기 한길만 걸으며 소외된 이웃에게 기쁨을 주고 벗이 됐다”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연기에 오롯이 바쳐 우리 국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고 고인의 삶을 기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장례미사를 마친 고인은 오전 10시 40분께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본부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최불암은 45년간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나눔 활동에 힘써왔다. 전국후원회장을 맡을 만큼 소외된 이웃을 향한 관심과 애정도 각별했다. 어려운 이들을 먼저 돌아보고 묵묵히 손을 내밀었던 그의 삶은 자신이 선택한 세례명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었다.
앞서 최불암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에 힘써왔으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고인의 장지는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이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최불암은 젊은 시절부터 노역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했다. 이후 ‘수사반장’, ‘전원일기’, ‘그대 그리고 나’, ‘한국인의 밥상’ 등을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애환을 그려내며 국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때로는 정의로운 형사로, 때로는 묵묵히 가족을 지키는 아버지로. 최불암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와 함께 울고 웃었다. 이제는 그를 떠나보내야 하지만, 특유의 푸근한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만큼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