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삼성 감독. 사진=KBL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개막 연승 행진이 '9'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눈부셨다.
삼성은 지난 5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프로농구 역사에서 불명예를 쓴 팀이다. 이 기간에는 사령탑, 외국인 선수 교체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달 개막을 앞두고는 6시즌 연속 최하위 전망이 잇따랐다.
악재는 더 쏟아졌다. 삼성은 김효범 전 감독과 결별하고도, 차기 사령탑 선임 절차가 늦어지며 새 시즌 출발이 꼬였다. 선수단은 훈련 소집일에 모이고도 감독 없이 새 시즌을 준비했다.
뚜렷한 전력 보강이 있던 거도 아니었다. 최초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데릭 윌리엄스(전 수원 KT)와 계약했지만, 선수가 이를 파기해 버렸다. 베테랑 이관희(38)와는 보수 조정 갈등 끝에 패했다. 삼성의 샐러리캡 소진율을 70.1%에 그쳤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부산 KCC(97%), 고양 소노(99.4%)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컸다.
삼성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공을 돌리며 기회를 만들었다. 수비에선 왕성한 움직임으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았다. 안양 KGC(현 정관장) 시절 통합 우승을 이끈 김상식 신임 감독의 모션 오펜스(유기적인 패스와 약속된 움직임을 바탕으로 모든 선수가 참여하는 농구)가 효과를 봤다. 지난 시즌 팀을 지탱한 튀르키예 출신 센터 케렘 칸터(10경기 평균 25.6점)의 존재감도 여전했다.
30일 소노전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는 삼성 칸터(왼쪽부터) 한호빈, 이규태. 사진=KBL 삼성은 지난달 4일 KT와 개막전을 시작으로, 30일 고양 소노전까지 개막 9연승을 질주했다. 이는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 역사상 개막 최다 연승 신기록이다. 또 이전까지 라운드 전승은 11차례 있었으나, 1~3라운드 사이에 이를 달성한 건 삼성이 최초다.
김상식 삼성 감독은 9연승 달성 뒤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며 "결국 삼성만의 모션 오펜스가 핵심이다. 한호빈·이관희·저스틴 구탕 등 공격을 분산하려 했다. 더 좋은 기회를 찾고, 확률 높은 농구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관희는 주방장(감독)과 재료(선수단)를 빗대며 "김상식 감독님은 '한식파'다. 요즘 트렌드하고 맞진 않지만, 한식을 다루시는 주방장이 우리 재료와 궁합이 잘 맞는 거 같다"라고 웃었다.
삼성은 지난 1일 서울 SK에 76-90으로 패하며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이 다시 한번 연승 행진을 이어갈 지가 잔여 시즌 관심사다. 삼성은 오는 5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원정경기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