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형이 나설 차례다. 강민호의 잔류를 간절하게 요청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두 동생, 원태인과 구자욱이 이제 자신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는 기대를 전했다. 함께 우승의 꿈을 이룬 뒤라 웃음도 한결 편안했다. 우승 보너스를 이야기하며 내년에도 함께하자는 형에게, 동생들은 구단과 형을 믿고 기다리겠다는 유쾌한 답을 내놨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1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의 KS 우승. 주장 구자욱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원태인은 우승을 결정한 경기에서 선발로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정상에 오른 뒤에는 두 선수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잔류를 바란다는 이야기에 원태인은 “포스트시즌을 하기 전에 사장님께서 우승만 하라고 하셨다. 돈은 사장님께서 다 주신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이어 “우승을 시켜드렸으니 아마 좋은 계약서를 들고 와주시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삼성 구자욱-원태인. 삼성 제공
강민호가 우승 보너스를 언급하며 내년에도 함께하자고 했다는 말에는 형을 향한 믿음까지 보탰다. 원태인은 “우승만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사장님을 믿고 있다. 언제 만나자고 하실지 궁금하다. 그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민호 형 FA 때마다 많이 올려치기도 했는데, 민호 형도 믿고 있고 사장님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원태인의 말에는 사연이 있다. 강민호가 FA 시장에 나올 때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잔류를 요청했던 선수가 원태인이었다. 2021년에는 “다른 팀에 가면 큰일 난다”며 구단에 강민호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겨울에도 취재진 앞에서 “삼성은 강민호 없으면 안 됩니다”, “사장님, 민호 형 꼭 잡아주십시오”라고 힘줘 말했다. 강민호의 인터뷰를 곁에서 듣다 직접 나설 정도였다.
자신을 에이스로 이끌어준 포수는 원태인에게 ‘심장’ 같은 존재였다. 그 마음에서 ‘심장 배터리’라는 이름도 나왔다. 강민호 역시 잔류 계약 후 자신을 간절하게 불러준 구자욱과 원태인 등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함께 우승하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킨 날, 동생이 형에게도 도움을 기대하는 마음을 꺼낸 것이다.
삼성 원태인-강민호. 삼성 제공
구자욱도 유쾌하게 협상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에이전트가 없어서 혼자 협상해야 한다”며 “우승만 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우승했으니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강민호의 잔류 요청을 전해 듣고는 “보너스는 보너스”라고 웃은 뒤 “구단주님을 믿고 있다. 어느 정도일지 설렌다”고 기대했다. 다른 구단의 MVP 시계 선물까지 언급하며 “기대하고 있겠다. 그 후에 잔류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농담도 보탰다.
물론 두 선수의 향후 행보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원태인은 해외 에이전트를 이미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가을에는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붓느라 FA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자욱 역시 미국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뒤 각자의 미래를 고민할 시간이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세 사람이 함께 이룬 우승의 무게다. 원태인은 우승이 확정되자 포수 자리에서 감격에 젖어 있던 강민호에게 먼저 달려갔다. 그는 “우리 팀 모두가 민호 형 우승 한 번 시켜주는 게 목표였고 꿈이었다”고 말했다. 형을 붙잡고, 형과 함께 우승까지 이뤘다. 이제 동생들은 웃으며 형의 응원을 기다린다. “민호 형도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