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에이스의 책임감이다. KT 위즈의 에이스 투수 고영표가 투혼을 앞세운 완벽투로 팀의 선두 경쟁에 불을 지폈다.
고영표는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1사구(몸에 맞는 공)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고영표의 호투로 KT는 2연승과 함께 1위 삼성과의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이전 경기까지 올 시즌 삼성에 3승 9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던 KT는 대구 원정 승리가 한 번도 없었으나, 이날 고영표를 앞세워 첫 승리를 챙겼다.
KT 고영표. KT 제공
고영표에게도 설욕의 장이었다. 그는 직전 삼성전(6월 29일)에서 6이닝 5실점으로 부진한 바 있다. 선두 경쟁에 이어 대구 원정 첫 승, 개인적인 설욕까지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많았다. 고영표 역시 "1·2위 싸움이라 초반에 경기를 잘 이끌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1회 구자욱과 최형우의 연속 안타로 맞은 2사 1·2루, 2회 르윈 디아즈의 장타성 타구 등 초반 위기가 있었지만, 야수진의 수비 도움을 받으며 고영표는 안정을 찾아갔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투구 수를 줄였고,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제구로 삼성 타선을 무력화했다.
그의 투혼도 빛을 발했다. 6회 선두타자 김지찬의 정면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글러브와 손목 사이를 맞아 응급 치료를 받았다. 그는 멍든 손바닥을 보여주며 "타구가 뒤로 빠지는 것보다 내 몸에 맞고 떨어지는 게 훨씬 낫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KT 고영표. KT 제공
여기서 고영표의 철저한 준비성도 드러났다. 고영표는 "지난 경기에서 김지찬에게 기습 번트를 내준 뒤 크게 흔들린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습 번트를 굳게 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타구가 오는 상황을 모두 대비하고 있던 것이다. 실제로 김지찬의 타구는 고영표 주변으로 형성이 됐다. "부상을 안 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라리 내 몸으로 막아 상대에게 출루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몸을 내던진 이유를 재차 설명했다.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준 고영표를 향한 KT 팬들의 신뢰도 상당하다. 팬들 사이에선 '고영표,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는 밈(meme)이 유행할 정도다. 고영표는 "소셜 미디어(SNS)에 많이 올려주셔서 잘 알고 있다. 그런 응원을 받을 때마다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며 "팀의 첫 다년 계약 선수이자 선발 중책을 맡고 있어 늘 긴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내 이름과 등번호를 마킹해 주시는데, 그 유니폼을 입었을 때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잘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에이스'의 모습과 성장기가 담긴 고영표의 책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는 "유소년 때 이야기와 주무기 체인지업,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같은 스토리들이 담길 예정이다. 내 이야기를 다룬 생애 첫 책이기도 해서 무척 기대가 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고영표의 헌신적인 투구로 KT는 다시 우승을 향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고영표는 "계약 기간 내에 꼭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